물의 나라 아이슬란드 폭포트레킹
시차에 백야 현상에 잠을 설칩니다. 커튼 사이를 헤치고 들어오는 아침은 물기를 머금고 있습니다. 서두를 것도 구애 받을 일도 없지만 새로운 세상을 만나기 위한 기다림과 설레임은 덧없이 보내는 시간을 질책합니다. 서둘러 길을 나서라고. 호텔 제공 아침식사 마감 5분전에 식당에 들러 까칠한 양식으로 떼우는데 생선을 살짝 절여 나온 것이 비록 제법 짜지만 젓깔류를 좋아하는 내 입맛에 딱이라 보리죽 같은 그리츠에 반찬삼아 음미하며 즐깁니다.
비가 오락가락하면서 해도 들락날락하는 참 변덕스런 아이슬란드 남부의 기후입니다. 6월의 아이슬란드는 여름으로 접어드는 시기이지만 종잡을 수 없는 날씨는 강한 눈보라까지도 휘몰아치는 변화무쌍한 날씨를 보입니다. 그래서 언제나 길을 나서며 배낭에 챙겨 넣어야 할 세가지가 있습니다. 수건과 수영복 그리고 우의입니다.
우의는 전술한 이유이고 수건과 수영복은 언제 어디서나 쉽게 접하게 되는 야외 노지 온천을 즐길 준비가 되어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아니면 지역마다 커뮤니티마다 갖고 있는 온천 수영장을 늘 만나기 때문입니다.
탕욕을 좋아하는 우리에게는 참 구미당기는 유혹입니다. 아이슬란드의 여름은 6월에 시작하여 8월까지 이어지며 아이슬란드를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인기있는 계절이기도 한데 백야는 아이슬란드의 여름에 발생합니다. 길고도 긴 낮은 6월 21인 하지까지 계속해서 길어지다가 하지 이후에는 점차 짧아집니다.
일몰과 일출이 연이어지는 한 시간 정도의 간극 동안 하늘이란 화판 위에 펼쳐지는 미려한 노을과 여명의 향연을 동시에 볼 수도 있습니다. ‘황금 시간’이라 이름지워진 이 때를 노려 사진을 찍고 싶어 하는 작가들에게 아이슬란드는 하나의 로망입니다.
가는 도중에 아이슬란드의 가장 아름다운 폭포들로 꼽히는 셀리야란드스포스와 스코가포스도 방문합니다. 셀랴란드스포스는 떨어지는 폭포 물 줄기 뒤로 걸어보면 물줄기로 가려진 신부의 베일너머로 아련한 인간세상을 조망하는 재미가 덤으로 주어집니다. 바람에 흩날리는 물보라로 멱을 감아야 하니 방수 자켙에 바지까지도 우의로 무장하고 접근을 시도합니다.
언제나 불어닥치는 아이슬란드 남부의 이런 바람이지만 오늘따라 머나먼 나라에서 방문한 이방인을 환영이라도 하는 듯 유난히 강풍이 불어 내리던 물줄기가 역으로 치솟는 묘한 풍경을 연출해 보입니다. 언제나 풍성한 수량 때문에 바위마다 오밀조밀 붙어 있는 이끼와 물기로 한발한발 조심스레 가야하는 길입니다. 스코가포스 폭포는 물줄기가 더 넓으며 폭포가 떨어지는 정상까지 가볼 수 있는데 이 두 폭포 사이에서는 2010년 유럽의 하늘을 통제불가능하게 만들어 항공을 마비시켰던 화산 폭발의 주 산 에이야피야틀라 화산을 조망할 수 있습니다.
폭포 뒤의 깊은 동굴에는 해적들이 침탈한 금은 보화가 가득 감춰져 있다는 전설을 상기하며 폭포 상단부에 만들어진 트레일을 걷기 위해 올라가며 눈에 힘을 주고 폭포뒤를 째려봅니다. 혹 보물들이 영롱한 햇살에 반짝이지는 않나 하면서 말입니다. 전망대에 서서 장엄한 화산을 조망하다 그 아래로 시선을 끌어 내리면 산의 빙하가 산 아래 지면까지 내려와 둥글게 퍼져 있는 빙하의 혀라 불리는 솔헤이마요쿨 빙하가 펼쳐지는데 이 위에서는 빙하 하이킹을 하게 됩니다.
스카프타페틀은 아이슬란드 남동부에 위치한 자연보호 지역으로 원래는 국립공원이였으나 2008년 이후로 바트나이외쿠틀 국립공원의 일부가 되었습니다. 지역 내에는 유럽에서 가장 큰 빙하 바트나이외쿠틀과 아이슬란드의 최고봉 크반나달스흐누퀴르 산 등이 있지요.
빙하 트레킹을 위해 필요한 모든 장비가 주어지고 간단한 안전수칙에 대해 설명도 듣고 빙하의 색, 형태, 규모 뿐 아니라 빙하의 역사, 미래 그리고 과학적인 사실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얻으면서 모험이 시작됩니다. 물론 다듬어 놓은 안전한 길을 걸으며 빙하가 녹아 흐르는 물도 맛보며 크게 입을 벌리고 있은 크레바스 옆을 지나며 서슬 푸르게 위압하는 느낌도 갖게 됩니다.
아무리 설정을 잘해 두었다 해도 두발로 어디로든 갈수 있는 우리 트레커들에겐 그저 시시한 관광 상품으로 밖에 여겨지지가 않습니다.
걷는 동안의 트레킹은 큰 기복없이 편안하게 멀리 확보된 시야로 가까이는 아이슬란드인들의 문화적 유산과 호수를 담은 풍경들을 음미하고 멀리는 아스라한 하이랜드의 빙원과 만년설산을 배경으로 한 풍광들을 눈에 담을수 있습니다. 스치는 사람들. 가족 단위로 혹은 연인들이 대부분인 이들과 이 자연의 풍요 속에서 반가운 수인사를 나누며 진정 마음의 평화를 누리며 미풍에 실려 갑니다. 참 행복하고 감사합니다.
이렇게 살아 걸으며 호흡할 수 있으니까요. 트레킹을 마감하고 오늘도 변함없이 온천욕으로 하루의 피로를 달래줍니다. Secret Lagoon. 아이슬란드 최초로 지어졌다는 온천 리조트입니다. 규모나 시설면에서나 부동의 세계 1위로 인구에 회자되는 수도 레이캬비크 근교의 Blue Lagoon에 비해 덜 개발되고 덜 상업적이라 하루 온종일을 보내야 본전생각이 덜나는 블루라군에 비해 짧게 머무르며 천연 광천 유황 온천욕을 즐기며 자연 그대로 방류되는 탓에 구역마다 모두 다른 온도의 온욕을 즐길 수 있습니다.
작은 동산처럼 꾸며 놓은 온천수의 발원 구역에는 지긋이 눈을 감고 들을 수 있는 미니 가이시르의 용솟음을 직접 가까이서 들을 수 있어 좋습니다. 아이슬란드인들은 오래 전부터 이처럼 지열 지대에서 생성되는 증기가 치료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답니다. 그리하여 많은 온천장을 개발하기에 이르렀는데 그들에게는 온천욕이 뗄래야 떼어놓을 수 없는 삶의 일부가 되었답니다.
겨울 시즌에는 풍성하게 내리는 눈을 맞으며 즐길 수 있고 총 천연색으로 아름답게 빛나는 오로라의 화려한 군무를 감상하며 즐길 수도 있답니다. 하루를 마감하는 시간. 여전히 주위는 환해도 이미 시각은 밤 10시가 가까워 오고... 시장기와 갈증을 느낍니다. 오늘은 된장찌개를 끓이고 이밥을 짓고 아껴둔 소주랑 한잔하며 하루를 접어야겠습니다. 다시 하늘에는 구름 한점 없는 청명한 일기입니다. 깃털처럼 가벼운 심신으로 아이슬란드의 간선도로를 바람처럼 달려갑니다.
아이슬란드섬 서부 자락 끝 피요르드에 펼쳐진 Hornstrandir 자연 보호 구역은 웅장한 아름다움과 야생 동물의 보고입니다. 깎아지른 현무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