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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난도어 산군에 불쑥 솟아오른 산들을 하나씩 등정하며 가는 길. 오늘은 산정 풍광이 평화로운 Mary's Rock. Mt. 과 산정 모습이 멀리서 보면 잘생긴 남정네의 얼굴처럼 생겼다 하여 붙여진 이름 Stony man Mt.을 지났습니다. 하늘은 낮게 드리우고 신비스럽기까지 한 산길에서 고즈넉하게 퍼져있는 농무를 헤치며 길을 갑니다. 어느새 우리곁에 성큼 다가온 봄을 몸으로 느끼며 연분홍과 연보라가 메워버린 산을 바라보며 봄노래 흥얼거리며 동무들과 어께를 나란히 하고 겯는 몸도 마음도 가벼워진 상태입니다.

열심히 걸은 우리. 정상에 가까워지니 안개가 한자락씩 걷혀가며 감춰둔 보석 같은 경관을 보여줍니다. 셰난도어의 산정들은 비록 일천미터에 불과하지만 수종이나 분포 그리고 그 형태가 다른 수천 미터의 그것과 같다고들 합니다. 광활한 대륙에서 불어오는 세찬 바람에 버티다 못해 죽어간 고사목과 그 한랭한 기류에 성장을 멈춘 관목들이 마치 수천미터 고도의 수목한계선에서나 볼 수 있는 표징을 갖고 있다고 해서 말입니다.

키를 키울 겨를도 없이 나이만 먹은 나지막한 관목들이 산 능선에서 떨고 있고 마침 솔개 한 쌍의 힘찬 나래 짓에 구름이 걷혀집니다.  평화가 깃든 내 마음에 작은 소망 하나 심고서 길을 잡습니다.



오월의 싱그러운 기류가 온누리에 가득한 날. 메고가는 배낭의 무게가 아무리 무거워도 발길 만은 경쾌하게 만들어주는 축복과 은총이 가득한 산행길입니다. 하늘은 더욱 푸르고 산하의 신록들은 더욱 채색을 짙게 해나가는 요즘. 산이 있어 행복해지는 계절입니다. 어쩌면 요즘같은 절기는 우리 산사람들에게는 엘리어트가 노래한 4월 보다 잔인한 달일지도 모릅니다. 정오의 햇살은 따갑기만 하고 내리쬐는 땡볕에 정수리가 저려와도 가려줄수 있는 산그늘 숲그늘이 아직 조성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제 겨우 움을 틔워 앙증맞게 내미는 여린 잎새들로는 저리 강렬한 태양을 감출수는 없기 때문입니다.비록 내려쬐는 빛과 볕에 온몸이 땀으로 흥건히 젖어들어도 그 땀이 하나의 의미로 영글어가고 자족의 기쁨으로 승화되는 지금입니다. 하늘이 더욱 가까워진 이곳 셰난도어 에팔레치안 트레일에도 변함없이 햇살은 눈부시게 내리고 있답니다.



미 동부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2178마일. 3600여 킬로미터의 산길. 에팔레치안 트레일. 서부 록키 산맥을 어루만지며 흐르는 PCT(Pacific Crest Trail)과 견주어지는 양대 종주길이 산세가 거의 한국의 그것과 무척이나 닮아 이곳에서 향수를 달래며 걷기도 하는 곳입니다. 이 길을 걸으며 만나는 식생들. 어쩌다 생경한 것들을 만나게되면 호기심에 한번 더 들여다 보게 되지만 혹 우리네와 친숙한 것들을 만나면 더욱 정겨운 것이 사실이기도 합니다. 길에서 만나는 모든 것들.

몇억겁의 인연이 쌓여야 이루어지는 소중한 것들이 아닐수 없습니다. 어디가나 그 척박한 토양에서도 살아남는 질긴 삶을 민초에 비유하는 민들레는 북미뿐만 아니라 남미의 끝 지구 땅끝 마을에도 펼쳐져 있으니 과연 그 생명력이 대단합니다. 그외 우리네 산에서 만나던 산꽃 들꽃들이 제법 있어 산행의 즐거움을 더해줍니다. 미주에는 노루는 없지만 사슴은 그야말로 개나 소처럼 많은데 일반 가정집에도 버젓이 활보하고 다니니 산에서는 오죽하겠습니다.

치이는게 사슴이고 산으로 가는 길에는 하루에도 몇마리씩 차에 치여 널부러져 있습니다. 빛을 보면 그 빛에 달려드는 속성 때문에 그 희생이 많아지는데 그 주검앞에서는 안스럽지만 개체수가 너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니 이제는 귀찮고숫제 애물이 되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이길을 가다보면 종종 곰의 출현을 봅니다. 이곳의 곰은 흑곰으로 육식보다는 환경적 이유로 초식이 더 많으며 서부나 알라스카의 불곰과 흰곰과는 달리 체격도 조금 왜소하고 성질이 포악하지 않아 그들의 공격은 극히 드문일이나 어느 순한 동물이더라도 자기를 해꼬지 하려드는 대상이 있으면 자기방어의 본능으로라도 덤벼드는 법. 산에서 이들과 조우하면 조용히 기다리면 거의 물러갑니다만 혼자인 경우 너무 패닉이 와서 오도방정을 떨면 오히려 공세인줄 알고 방어의 공격을 해옵니다.

그리고 먹거리가 부족한 계절에는 식량때문에 캠퍼들의 텐트를 들추기도 하는데 그래서 셸터나 캠핑장에는 높은 쇠막대를 설치하여 음식이 든 보따리를 올려놓게 만들어 놓았답니다. 그래도 간혹 아주 드물게 곰의 출현과 공격이 인구에 회자되니 가능한 한 조심을 하고 예방을 하는 것이 좋겠지요.

매년 가을 사냥시즌에 300여마리의 곰이 포획된다 하니 이 산군에 서식하는 곰들이 결코 적은 수는 아닙니다. 우리는 산에서 곰을 만나는 것은 다반사입니다. 우리 한국분들 아주 좋아하는 것 있죠? 웅담. 수년전 함정수사를 벌인 과정에서 불법 웅담 매매에 걸려 우리 동포 3,40명이 유치장에서 하루이틀 유하시게 된 헤프닝이 있었는데 가장 먼저 잡혀들어가신 분이 저희 들뫼바다 산행팀에 나오시는 원로 선배인데 그때 그일로 얻으신 별명이 빵장 이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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