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의 여왕. 신록의 계절입니다. 오월 산길은 참으로 신선합니다. 새순이 번져 울창하지는 않더라도 햇볕을 충분히 가리울 정도의 숲이 만들어지고 그 나무들이 품어내는 향기로운 내음새. 그리고 건강한 신진대사. 한없이 행복하고 가슴 가득 기쁨이 넘치는 길입니다.
셰난도어의 산정에는 계절이 한 걸음 늦게 찿아오니 여린 잎들이 이제서야 앙증맞게 부푼 가슴을 터트리니 우유빛 고운 하늘과 예쁜 조화를 이루어냅니다. 계곡마다 흐르는 물은 더욱 맑고 깨끗하여 돌틈사이로 흐르는 물소리는 청아하기 이를데 없고 산새들이 어우러져 노래부르니 정녕 자연이 협연하는 교향악의 무대입니다.
Leave No Trace! 에팔레치안 트레일 초입마다에 설치해놓은 표어. 산에서는 아무것도 흔적을 남기지 말라는 경고문입니다.
Don't leave anything but footstep. Don't take anything but memory.
산에서는 발자국 외에는 아무것도 남기지 말고 추억이외에는 아무것도 가져가지 말라는 또 하나의 경고문입니다. 이곳 미국의 국립공원 관리국은 자연물 훼손에 대해 철저한 감시와 그에따른 벌칙이 아주 심합니다. 어떤 조그만 것도 자연에 속해있던 것을 옮기거나 꺽거나 죽이거나 하면 상당한 벌금과 함께 심지어는 영어의 몸이 되어야 하기도 합니다.
물론 문화적 차이도 있겠지만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라야 하기에 어쩔수 없지만 한번씩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농사를 짓는 사람들은 소채같은 것들은 너무 빽빽하면 많이 솎아주어야 작물이 잘 되는 것인데. 초야에 지천으로 널려 성장이 더딘 봄나물이나 산 야채들을 보면 은근히 짜증이 나기도 합니다.
몇가지 실례가 있었습니다. 우리도 초창기 산행때 봄날 개울변으로 가득 채운 신선초가 탐스러워 토요산행팀 열댓명은 아주 가져간 삼겹살 구워서 쌈싸먹으며 무릉도원 못지않은 여유를 누렸는데 일요산행팀 4-50명을 풀어놓으니 통제가 제대로 되지 않았고 그것을 본 미국 친구가 곧바로 공원 레인저에게 신고하여 걸렸더랬습니다. 눈치채고 모두 다에게 버리라고 지시를 했었는데 한사람이 걸렸습니다.
배낭을 지지 않고 갔던 아지매 한분이 다른 분의 배낭에 넣었던걸 깜빡한것이죠. 그래서 지가 총대매고 제것인데 약초로 좀 쓸일이 있어 그랬다고 했더니 솔직히 시인해줘서 법정 최저 벌금 75불과 법정에 오기 싫으면 25불을 보태서 송금하면 된다고 해서 한번 모면한 일이 있었습니다. 그 이후 몇차례나 우리 차량이 셰난도어 공원 경내로 들어서면 블랙 리스트에 올라 한번씩 차량검색을 당하는 불편한 일을 겪었더랬습니다.
또 한번은 신문지상에서 본일인데 어느 한분이 두릅 군락지에서 검은 쓰레기 백 2.30 여개 분량을 채취하는데 나무들이 오래되어 키가 큰지라 가지를 내리다 보니 찢겨지고 하였나 봅니다. 결과는 마찬가지. 철저한 신고정신으로 무장한 본토박이 미국친구들..
바로 경찰이 뜨고하여 압수및 유치장 신세. 죄명은 자연물 손괴. 빵에는 가지 않았지만 거금 5천불 벌금물고 빵에 안가도록 무마시키는데 고용한 변호사비가 장난이 아닌... 평생 두릅따서 알바한 돈 한방에 날려 버렸다는... 그래서 계절마다 산에서 나는 온갖 올개닉 건강 식재를 즐길수 있는 우리산. 고국의 산길이 더욱 간절하도록 그립답니다.
미국 동부지역 Shenandoah 국립공원의 3대 트레킹 코스를 즐기고 인근 워싱턴 관광을 겸한 트레킹, 옥색 물빛 고운 Carribean 해적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