뷔엔 카미노! 만나는 사람마다 스치는 순례자마다 이 인사를 나눕니다. 그 인사는 내가 얼마나 기쁜 마음으로 또 얼마나 진심으로 외치냐에 따라 그대로 메아리 되어 돌아옵니다. 그래서 내가 행복하기 위하여 더욱 큰소리로 그들에게 인사를 건넵니다.
같은 길 위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하나가 되고 진심이 가득한 인사를 전하게 되는 것이죠. 느림의 미학을 존중하며 천천히 걷는 길. 떠나야만 느끼게 되고 멈춰야만 보이는 산티아고 가는 길. 어디로 가야하는지 어떻게 가며 무엇을 생각하며 걸을까 하던 떠나기 전의 질문이나 각오들마저도 흩어져버려 그저 구름이 흘러가듯 바람 따라 걸을 뿐입니다.
무한한 여유 속에서 마음이 정하는 데로 따르며 나를 의지하고 그냥 흘러가면 되는 일. 오늘 가는 길 험난하면 줄여서 가고 오늘 몸과 발걸음이 가벼우면 더 가면 될 것이고 배낭을 내리는 어느 곳마다 우리들의 쉼터는 항상 거기 있으니 세상 무엇 하나 근심거리가 있을까! 이 가슴 가득 채워져 오는 풍요로운 마음의 자족. 감히 행복이라 외치고 싶습니다. 그리하여 우리도 이제 그 수많은 순례자의 하나가 되어갑니다.
수많은 이들에게 이 순례 길은 어쩌면 빛바랜 오랜 시간이 지나도 낮달처럼 지워지지 않는 소중한 경험을 할 수 있게 하는 신비스런 여행일 것입니다. 천 년 전의 순례자들처럼 믿는 이들에게는 성 제임스의 길을 따라 걸으며 그의 삶을 기리며 또 마음으로 봉헌하며 걷는 길이지만 믿는이들이 아니더라도 많은 순례자들은 자신의 내면을 되돌아보고 지난 삶의 그림자를 되밟아 보고 또 내 안의 평화를 찾고자 하는 소망으로 이 길을 떠납니다.
오직 두발로서 길 위에 서는데 저마다의 사연을 품고 저마다의 인생 배낭을 짊어지고 와서 모두들 삶의 실타래를 풀어놓는 곳. 온전히 나 자신과 만나는 곳이며 그런 후 걷고 걸으며 자신과의 끝없는 대화로 풀어가는 길입니다. 이 길은 어쩌면 우리의 삶과도 같은 곳인지도 모르는데 마치 순례길의 시작은 무엇이던 할 수 있는 자신감 그러나 서투르고 항시 실패와 잘못을 반복하게 되는 젊은 날이라면 나중은 무력감과 병에 지친 고통으로 쇠잔해지나 요령을 터득하여 순조롭게 갈수 있는 잘 익은 노년과 같답니다.
저마다 지닌 걷게 된 동기랄까 사연을 들어본다면 사실 그리 거창하지도 않을지도 모릅니다. 행여 우리는 그것을 그저 웃음으로 넘기며 가볍게 치부할지 모르지만 어떤 이유에서든 작은 계기가 깊은 감명으로 다가와 모진 마음을 먹게 된 그들에게는 얼마나 간절한 것이었는지도 모릅니다. 타인의 삶을 허투루 보지 않는 것이 또한 이 길 위에서 배워야 할 배려이며 겸양입니다.
비록 이번 순례길은 나 혼자만의 길이 아니라 아름다운 동행이 있기에 전혀 다른 이방인들과 말을 섞을 기회는 없겠지만 그러기에 더욱 더 동행들의 사연과 이야기를 진지하게 귀담아 들어야겠습니다. 물론 나도 답답한 마음 풀어놓아야겠죠. 그리한다면 우리는 서로가 상담의 의뢰자가 되고 도움말을 주는 카운슬러가 되겠지요. 동년배들 끼리 한 시대를 같이 살며 비슷한 추억들을 가진 길동무들 간의 대화는 분명 내가 살아오지 않은 길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주기에 충분한 좋은 시간이겠습니다.
그래서 속도를 유지하는 것은 참 중요합니다. 앞서지도 뒤처지지도 않게 그저 나란히 함께 가는 길. 그래서 우리는 이 길 위에서 만큼은 하나가 될 것입니다. 벌써 어두워지는 하늘에는 아직도 비가 내리고 불어오는 바람이 살을 에고 스쳐도 마음만은 넉넉하고 따스합니다.
늦가을 카미노의 녹녹치 않은 날씨. 그래서 더욱 이 길이 값진지도 모릅니다. 7시간 길 위의 여행. 강물이 유장하게 흐르는 언덕에 오르니 저 만치 눈앞에 펼쳐진 도시의 풍경. 해는 저물어가고 앞서 가는 순례자들은 저 언덕을 넘어 가는데 석양에 비끼는 그들의 뒷모습이 실루엣으로 그려지는 수려한 풍경입니다.
어느덧 우리도 저들의 무리가 되어 그 석양빛에 물들어가니 오늘 하루도 아름답게 그렇게 저물어 갑니다. 저녁밥 준비하는 아낙의 손길이 분주할 부엌 아궁이 굴뚝의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나는 스페인 령인 투이(Tui)가 한 폭의 풍경화를 그려내고 고단한 나그네의 마음을 위로해 줍니다.
도전과 희열, 설렘과 감동의 산티아고 가는 길. 포르투갈 루트 베스트 대장정! 문화 및 고고학적 유산이 풍부한 길. 때묻지 않은 조용한 해안선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