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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얼음의 나라 그 상반된 아름다움을 찾아..

비행에 시달리고 부족한 수면임에도 바로 아이슬란드 남부의 대표 관광지인 골든 서클(Golden Circle)관광에 나서 추위에 떨며 하루를 보내다보니 저녁먹고 이내 잠이 들었는데도 불구하고 아침 열시가 되도록 일어날줄을 모릅니다. 열어둔 창에는 여전히 어두운 밤. 일행들을 깨우고 출발을 다그칩니다.

하오 4시면 또 해가 저물어버려 그저 해 뜨고 잠시면 황혼을 맞이하니 하루가 쏜살같이 흘러갑니다.레이캬비크의 수도물 온수는 유황냄새 진한 천연 온천수로 주의하지 않으면 살가죽이 델 정도로 뜨겁고 냉수는 차디찬 지하 약수라 안심하고 먹어도 되며 그 물맛이 일품이라고 홍보합니다. 온천욕부터 하고 조식 따스하게 지어먹고 우선 간식 겸 챙기기 위해 맛집 Bread & Company 를 찾아 이집에서 그 유명한 계피 빵을 구입하고 스나이펠스네스(Snæfellsnes) 반도를 향해 해안선을 달립니다.

피오르로 형성된 해안선을 따라 달리는데 산하는 모두 하얀 눈으로 덮혀있고 군데군데 생기 잃은 이끼가 연록색에서 갈색으로 변해 더욱 특별한 풍경을 만들어 냅니다. 두시간여를 달려 다달은 곳. 소설 ‘지구 속 여행’의 작가 쥘 베른이 지구 속으로 들어가는 입구로 설정했던 곳인 스나이펠스요쿨 (Snæfellsjökull)빙하  아래 해안선에 우뚝 솟은 두 개의 검은 현무암 기둥이 특별한 론드란가르 (Lóndrangar) 해변에는 어느듯 황혼빛이 스며들고 찬바람에 일렁이는 파도가 한폭의 명화를 그려내고 잔설이 허허로운 바다 벼랑이 이어진 아름다운 바다 풍광이 가슴을 짠하게 만들어줍니다.

맹추위 때문에 오래 머물수도 없어 서둘러 사진들로 추억을 쌓고 돌아 섭니다. 



다시 해안선을 따라 돌아가다가 소담스런 마을 Buder도 둘러보고 유명한 물개 군락지가 있는 해변가의 아름다운 마을인 이트리 툰가(Ytri-Tunga)에서는 출렁이는 파도 사이를 유영하는 귀여운 얼굴의 물개들을 바라보며 바닷물 속에서 얼마나 추울까 하는 안스러움도 생겨납니다. 핫도그와 아이스크림이 명물이라는 보르가네스(Borgarnes)에 종착했지만 이미 어두워졌고 따스한 보금자리가 그리운 우리들은 숙소로 직행합니다. 

오늘의 특식은 아이슬란드 산 양고기 구이. 청정한 평원에 백퍼센트 자연 방목으로 길러진 양들. 이 혹독한 자연에서 자란 그들이기에 부드러운 육질과 우리로 하여금 조금은 혐오스럽게 만드는 특유의 양고기 냄새도 거의 나지 않는 훌륭한 맛입니다. 갈비 부위를 살짝 양념해서 구워내고 야채들 버터에 볶고 칼칼한 마지막 입맛을 위해 짬뽕면에 고추가루 팍팍 더 첨가해 저녁 정찬을 즐깁니다.

비는 가볍게 내리고 이따금 바람이 불어와 넓은 유리창을 때리지만 기대만큼은 저버리지 못한 간절한 소망으로 찬란한 오로라의 출현을 상상하며 석식을 즐깁니다. 아까운 기회를 놓친 오늘이지만 보르가네스는 오로라의 출현이 가장 빈번하고 수려한 지역이기 때문입니다. 집집마다 불빛은 하나둘 꺼져가고 외로운 가로등만이 이 동토의 소읍을 굽어보고 있는 고즈넉한 밤의 풍경입니다. 



검은 화산의 짙고 깊은 흔적들. 남부 해안. 

그린란드에 이어 유럽에서 두 번째로 큰 섬인 아이슬란드는 32만명 인구로 우리나라 남한 크기의 면적인 동서로 500km 북남으로 300km로 펼쳐져 있는데 화산활동으로 생긴 섬입니다. 북극해 바로 아래 위치한 북대서양의 섬나라, 아이슬란드는 분명 지구촌 이방의 나라로 그 옛날 150년전 지독한 화산 폭발로 지옥이라 여겼던 그 천형의 땅에 정착한 용감무쌍한 바이킹들이 얼음밖에 보이지 않는 땅이라며 ‘Ice land’라 이름 붙인 곳입니다.

실제로 국토의 10%가 빙하로 덮인 차가운 얼음의 땅인데 그 동토의 땅 위에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부조화의 조화가 존재하는 바 화산에서 분화구가 불을 뿜어내고 용암이 흘러내리는 불과 얼음의 땅입니다. 2010년 최근까지도 화산이 분출하여 유럽의 항공 대란을 야기했던 땅속 깊숙이 뜨거운 열기를 품고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시시각각 격렬하게 끓고 있는 용암의 열정과 냉혹하고 차디찬 빙하 그리고 더없이 수려한  연록의 이끼와 삭막하고도 황량한 사막 고원 등 지구 상 가장 극적인 풍광을 다채롭게 만들어 내는 나라임에 분명합니다. 



10시는 넘어야 여명이 들고 11시에나 아침이 열리니 자연 일상이 게을러지고 행동거지도 둔해집니다. 휴식을 위한 여행이니 어둠을 헤쳐나가면서 까지 강행해야 할 이유도 없고 해서 그저 우리도 레이캬비크의 시계에 맞춥니다. 미역국에 계란말이해서 든든하게 먹고 나니 어둠이 가시고 뿌연 하늘이 얼굴을 내미니 우리도 그제서야 길을 나섭니다. 비가 한방울 두방울 시나브로 내립니다.

아이슬란드 사람들은  “지금 날씨가 싫으면, 5분만 기다리세요“라고 말한답니다. 이 말은 하루에 4계절을 경험할 수 있다고 말할 수 있을 만큼 자주 바뀌는 아이슬란드의 기후. 날씨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북극 한계선에 위치해 있지만 아이슬란드의 기후는 생각보다 온순한 편인데 북상하는 멕시코 난류의 흐름 덕분이라 합니다.

7월이 년중 가장 더운 달로 평균 기온이 10도에서 13도 이며 아이슬란드의 겨울은 1월이 가장 추운 달이며 대체적으로 안정적인 편으로 평균 기온은 0도 안팎입니다. 어차피 추위를 막고자 온몸을 동동 싸맨 형국인데 비옷 하나 더 걸치는게 뭐 그리 대수로운 일도 아닙니다.  도시를 벗어나 얼음이 덕지덕지 붙은 도로를 덜컹대며 달려갑니다. 



남부 해안으로 달려 Selfoss를 지나 VIK로 향합니다. 아이슬란드 전통이 그대로 녹아있는 작은 마을로 바다와 바위가 연출해내는 자연경관이 입을 다물지 못하게 하는 곳입니다.

특히 이곳 주변 해안을 따라 검은 모래가 펼쳐져있는 세계 10대 해변 Reynisfjara beach의 특별한 풍경이 그러하고 코끼리 상의 드리홀레이라는 특이한 모양의 바위들이 펼쳐져 있는 Myrdalssandur sand에서 바라보는 Myrdalsjokull 빙하 아래 조용히 누워있는 Katla 화산이 압권입니다. 오늘은 눈으로 가득 덮여있는 설국의 풍경이겠죠. 그 시선 언저리에 어지러이 날아다니는 팽귄닮은 퍼핀이라는 예쁜 새들의 노래소리도 감상하며 걷는 길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오후 4시면 일몰시간. 대형마트에 들렀습니다. 오로라의 출현을 쫓기 위한 8일간의 여정동안 필요한 식량과 부수물을 사는데 북극선에 가까운 섬나라 답게 신선한 생선이 눈에 띱니다. 대구. 보기에도 하얀 순살이 두터운게 군침돌게 합니다. 숙소로 가서 한없이 여유롭게 저녁을 준비하는데 잡곡밥에 된장찌개 그리고 방금 사온 대구회에 초고추장 더불어 대구 마늘 버터찜. 부추 김치. 젓갈 등 다양한 밑반찬으로 한상 가득 차려놓고 면세점에서 사온 아이슬란드 산 보드카에 레몬 쥬스 짜넣고 조제한 칵테일로 성찬을 즐깁니다.

이국 땅에서 즐기는 우리네 밥상. 더욱 정감이 가고 젓가락 한번 더 가게 됩니다. 오늘은 오로라를 볼 확률이 희박하다는 예보가 있지만 그래도 하는 마음에 창문 커텐을 활짝 열어놓고 초록빛의 흔들림을 볼수 있기를 고대하며 고단한 하루를 차분히 뉩니다. 

 

한국에서는 참으로 먼 나라. 지구를 반 바퀴 돌아야 내릴수 있는 나라. 이름부터 얼음 땅, 아이슬란드가 아닌가. 사실 아이슬란드의 풍경은 지구의 태초뿐 아니라 어쩌면 최후의 모습과 닮았다는 얘기들을 하는데 그래서 인류가 멸망한 후 먼 미래 혹은 우주 먼지로 소멸할 지구의 마지막 모습을 상상하려면 아이슬란드를 가보면 된다는 말까지 심심찮게 나옵니다. 그런 까닭에 전 세계 SF영화 제작자들이 아이슬란드로 몰려드는 것이 지극히 당연한 것 같습니다.

외딴섬, 꿈틀거리는 화산. 그래서 이 아이슬란드의 생경하면서도 낯선 아름다움 때문에 소설 집필의 영감을 주고 영화 촬영지로서도 각광을 받고 있습니다. 가장 유명한 톨킨의 ‘반지의 제왕’과  영화 ‘인터스텔라’ ‘노아’ ‘프로메테우스’ ‘토르:다크 월드’ ‘오블리비언’ ‘툼 레이더’ ‘스타트렉 다크니스’를 비롯해 미국 TV 드라마 ‘왕좌의 게임’도 아이슬란드에서 촬영했다 합니다.

더 흥미로운 건 영화‘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에서 아프가니스탄, 그린란드, 히말라야로 나오는 배경이 실제로는 전부 아이슬란드에서 촬영됐다는 사실입니다. 게다가 아득히 멀리 ‘15소년 표류기’로 유명한 쥘 베른의 소설 ‘지구 속 여행’의 무대이고, 이 소설을 토대로 한 할리우드 영화 ‘잃어버린 세계를 찾아서’(2008)도 이곳에서 촬영됐습니다.

특히 오늘 우리가 발을 디딘 이 검은 해변에는 물속에 떠있는 뾰족한 기암들 때문에 빙판위를 달리던 차량들이 강인한 인상을 남긴 ‘분노의 질주’ 아이슬란드 편이 촬영된 곳으로 유명세를 타는 곳입니다. 해안 절벽이 주상절리로 채워진 동굴있는 구간에는 헤아릴 수도 없는 숱한 퍼핀들이 어지럽게 비행을 하며 방문객들을 환영해 줍니다. 

통나무집 캐빈인 오늘 숙소에 들었습니다. 야산을 등에 업고 바다가 저만치 보이는 호젓한 장소입니다. 농경 목축지가 그리 넓지 않은 아이슬란드 생산 소고기 스테이크로 정찬을 차립니다. 추운 지방 방목된 소들이라 설로인 스테이크 고기의 식감이 참 부드럽고 깊습니다.

내가 별을 좋아하기에 사랑하는 맥주 스텔라와 곁들여 온갖 수다를 찬으로 저녁시간을 향유합니다. 하루 다섯 시간의 활동. 뭐 그리 내세울 꺼리도 없는데도 저마다의 소감은 무궁무진 합니다. 항상 커텐은 활짝 열어두고 맞이하는 밤. 오로라의 출현이 있을까 하는 기다림 때문이죠. 이곳 해안이 오로라가 피어오르는 가능 지역으로 손 꼽힌다는데 아직도 추적추적 내리는 비 때문에 가능성 제로이지만 이 기나긴 밤 지내다 보면 날도 개고 또 어쩌면 그 느닷없는 조우가 일어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안고 자세를 편히 합니다.

내리는 물의 속도가 느려지고 옆으로 날린다 싶더니 어느새 비는 눈으로 바뀌었고 바람에 비끼는 눈은 이따금 창문에 달려와 부딪히고 멀리서 한번씩 지나며 힘없이 달리는 차량들의 희미한 불빛이 아스라히 멀어지니 이 맑은 공간에서 맞이한 따스한 밤이 참으로 은총으로 여겨지는 VIK의 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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