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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의 도시 리스본에 내렸습니다. 리스본의 서민동네라 불리는 알파마 지구에 있는 수백년 묵은 건물을 개조해 만든 숙소를 잡고 거리로 나왔습니다. 혹자는 샌프란시스코와 흡사하다는 리스본에 들어서면 숲 전체를 보려면 산에 올라가야 하듯이 리스본을 제대로 조망하려면 조르주 성에 올라야 한다하여 10유로씩 지불하고 이곳부터 방문합니다.

성에 오르면 우리의 서울처럼 강북과 강남을 자르듯이 리스본을 가로지르는 테주 강변을 따라 들어선 리스본 구시가지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지고 강너머 해안선을 따라 점멸하는 도시의 모습이 이어집니다. 오래 전 로마인들이 세운 요새와 앤틱한 멋진 풍경을 볼수있어 전망대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습니다. 성에서 내려와 솔 광장으로 들어서는데 서민동네 답게 창마다 널어놓은 원색의 빨래가 바람에 나부끼고 생선 굽는 연기가 피어오르고 선술집에서 싸구려 주류로 목을 축이며 떠들어대는 리스본 사람들의 일상이 소박하게 묻어나는데 함께 어울리고 싶은 내가 좋아하는 곳입니다.

여기서 남쪽으로 조금 더 내려가면 리스본 대성당이 나오고 더 나가면 멋진 동상이 서있는 코메르시우 광장이 넓게 퍼져있고 강변에 닿으면 작은 부두가 나옵니다.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 아이레스처럼 그 영화로웠던 시대에 건축한 예술작같은 건물들이 지금은 손을 보지못해 대항해시대의 영광은 어디로 가고 흉물에 가깝도록 방치되어 있는 곳이 많아 눈쌀이 치푸려지게도 하지만 참 씁쓸한 애잔함이 동시에 듭니다.

국가를 경영할 정치집단의 선택이 얼마나 중요하고 신중해야하는지 타국의 역사를 통해 공부를 하게됩니다. 우리나라 대통령을 뽑는 역사적 선택이 넉달정도 남은 때입니다. 적어도 진정 가슴으로 정치하는 지도자. 민주주의를 지키고 서민을 위하고 없는자들의 편에 서서 혼신의 노력을 기울일 대통령을 뽑아야 할텐데… 

 

16세기 말 포르투갈은 해외무역을 통해 막대한 부를 쌓았지만 그 포만감에 안주하며 도전정신이 퇴색되었고 교회 지주와 귀족 지주들은 그들의 안락한 삶을 지속하기 위해 평민들을 더욱 핍박했습니다. 해외에서 벌어들인 부는 재생산을 위해 투자되지 않고 귀족들의 배를 불리는 데만 이용되었다가 찰나같은 영화후에 결국 포르투갈은 몰락했고 스페인에 합병당하고 맙니다. 강과 바다가 만나는 이곳.

한때 찬란했던 그러나 짧았던 포르투갈의 영광이 쓸쓸하게 대서양으로 지는 오늘의 석양을 닮았습니다. 색을 넣고 문양과 크기도 예술적으로 조합한 돌을 심어 만든 오래된 도로를 걸어 호시우 광장으로 다시 돌아오는데 어느새 불들을 밝힌 상점들과 외치대는 호객행위의 소란함으로 도심은 다시 탄생합니다.

옛것과 새 것이 절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는 리스본 시내를 달리는 운치 있는 백년 전통의 전차. 코메르시우 광장에서 호시우 광장으로 이어지는 콘세이상 거리. 다양한 재주로 눈요기를 선사하는 거리의 예술가들. 영화나 광고 촬영장소로 각광을 받는 비카의 케이블카. 리스본 사람들의 일상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알파마 지구. 제법 쌀쌀한 어느 가을날 트랜치 코트의 깃을 세우고 걷고싶은 우수어린 리스본의 풍경입니다. 

 

아침 서둘러 한시간이 더 걸리지만 내륙의 고속도로를 마다하고 일부러 해안선 국도를 택해 천천히 남하합니다. 물론 시원한 바다풍경을 음미하기 위함이 우선이지만 해안에다 생의 뿌리를 심고 살아가는 현지인들의 생활상도 엿보고 길거리에서 파는 신선한 과일도 구입하려는 속셈이 있었죠. 3시간 남짓 걸리는 Alentejo서부해안에 위치한 아름다운 해변휴양지이자 우리 종주길의 시작점인 포르토 코보(Porto Covo)로 달려가는데 공식적으로 어부의 길 도보순례를 시작하는 산티아고 도 카셈(Santiago do Cacem)을 차마 외면하지 못해 가서 신고식을 합니다. 수백년 동안 산티아고로 향하는 순례자들이 지나가면서 영육을 쉬게하던 유서깊은 도시라 더욱 경건한데 안개로 가려진 도시는 신비로움을 더합니다. 포르토 코보 숙소에 짐을 풀고 해안으로 나가니 눈부시게 푸른 바다가 펼쳐집니다.

태양은 식었으나 온화하고 상큼한 바람이 불어오면서 파도는 하얀 포말을 그리며 장렬하게 부서졌습니다. 이 작은 마을은 포르투갈 남중부의 가장 아름다운 해변으로 둘러쌓여 있으니 해안풍경이 참 아름답습니다. 내일부터 이곳에서 시작하여 걸어야 할 구간을 오늘 먼저 맛뵈기로 진행합니다.

대서양을 바라보며 걷는 해안길. 모래가 황토와 섞여 비에 젖으니 붉은 색으로 해안선을 지배하는데 시도때도 없이 피고지는 선인장 꽃이 함께 해서 좋습니다. 순수하고 때묻지 않은 자연을 좋아하는 이들의 포르투갈 Alentejo 해안(Costa Vicentina라고도 함)에서 시작되는 걸음의 축제. 싱그러운 바다바람이 약간은 비릿한 내음을 실어오고 하늘색과 흰색으로만 도장한 어부들의 집들이 가지런히 해안선을 따라 줄을 서있습니다.

이길은 웅장한 자연의 파노라마를 볼 수 있는 곳은 아니지만 해안을 따라 곳곳에 형성된 높은 석회암 지층과 만과 바위 절벽이 있어 풍경이 미려하여 신이 조각한 포르투갈 해안지대의 환상적인 작품입니다. 또한 거친 바다와 바람, 고독함과 새로운 세상으로 나가려고 노력했던 개척자들의 염원이 절절하게 담겨 있는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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