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갈매기 기륵기륵 울며날고 그 날개에 얹혀서 온 대서양의 아침이 밝아오면 우리 모두 어부가 되어 해안선 아름다운 길을 종주하러 길을 나섭니다. 녹색과 하늘색 두줄로 나란히 그은 어부의 길 표식을 확인하고 Vila Nova de Milfontes로 향한 첫발을 내디디면 해변지역으로 Ilha do Pessegueiro, Aivados 및 Malhão해변의 광대한 사구지역을 따라 걷게되고 오늘 구간에서 발견할 수있는 해변의 다양성은 매우 환상적입니다. 거친 파도가 밀려왔다 밀려가는 풍경과 끊임없이 변화하는 모래사장과 대양을 바라보며 발아래 함초롬히 피어있는 들꽃들.
이 모든 풍경들의 유혹을 받고싶다면 3월에서 6월사이 절정을 이룰 때 방문함을 권합니다. 쉼없이 불어대는 바람에 대적하다가 누워버린 파인즈(Pines), 로즈마리(Rosemary), 락크로로즈(Rockrose)는 이러한 해양의 가혹한 조건에 더 잘 적응하여 세계 어느 곳에서도 찾아 볼수 없는 귀한 것들이 되어버렸습니다. 천동설을 믿던 시절엔 세상의 끝으로 여겼을 이 땅끝 마을. 하늘과 바다의 경계가 모호한 이 망망대해 순례길의 끝에 서서 내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게도 하는 곳입니다.
우리는 이길을 종주하며 많은 대화를 나눌 것입니다. 내 자신과 깊은 얘기도 나눌것이며 이따금 말걸어 오는 이름 모를 풀꽃과 외로움을 토로하는 새들과 온몸으로 속삭이는 바람과도 말입니다. 길의 처음부터 끝까지 온통 해안선을 가득 채운 바나나를 닮은 선인장은 가을로 접어들면서 단풍이 들어 노란색. 주황색. 연두색 등 다양한 색감이 스펙트럼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곳에서는 봄이 꽃으로 화려하다면 가을은 이렇게 잎으로 현란합니다. 오늘 하루 주어진 거리만큼 걸어 도달한 한적한 어촌마을 Milfontes의 곶에는 소담스런 등대 공원이 조성되어 있습니다. 날개를 단 인간이 지구본을 양손으로 높이 든 Arcanjo 철동상이 특이합니다.
아마 영광의 그 시절 세계를 향해 바다를 누비던 항해사들을 표현한 것이 아닌가 싶은데 더불어 이제는 황폐해가는 지구를 구해내는 환경의 수호자로서의 역할을 기원한다합니다. 그들은 이곳에서 미지의 세계로 향한 꿈을 키웠을 것이고 그래서 새로운 세상을 향한 염원과 설렘과 더 나은 삶을 위한 간절한 희망이 담겨 있는 곳입니다. 그 아래는 바다와 어우러지는 까마득한 해안단애는 멋진 풍광을 자아내니 마을 사람들의 산책로를 넘어 국내외 관광객들도 방문하는 명소인가 봅니다.
석양이 내릴 때 지친 돛대와 함께 우리도 닻을 내리고 안식의 시간을 갖습니다.
에베레스트를 오르는 산악인들의 최종 목표는 정상등정이 아니라 집으로 돌아오는 것이랍니다. 우리같은 이들은 하루를 열면서 또는 하루를 마감하면서 걷는 자만이 되돌아올 수 있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대양을 바라보며 이 항구에서도 미지의 세상으로 떠났을 선원들을 생각해봅니다. 16세기 당시 포르투갈은 자원이 거의 없었고 땅에서 재배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밀, 포도, 올리브뿐이었습니다.
하지만 1천 킬로미터가 넘는 해안선으로 모험을 기꺼이 각오한 수많은 뱃사람들이 모여들었고 해상무역과 신대륙에 대한 호기심에 복음을 전파하고자 했던 사명감까지 더해져 포르투갈인들은 온갖 위험을 무릅쓰고 드넓은 바다를 오가며 새로운 길을 개척할 수 있었습니다.
한 번도 가지 않는 길을 간다는 것은 진정 외롭고 힘든 심지어 목숨까지 걸어야만 가능한 일입니다. 오늘 우리는 그런 개척자들의 마음가짐을 품고 길을 나섭니다. 규모가 큰 이 마을을 빠져나오는데 제법 시간이 걸립니다. 흰색 바탕에 하늘색 포인트를 준 전형적인 집마다 포르투갈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장식타일의 일종인 아줄레주를 붙여놓았습니다.
예술작품은 물론이고 골목길의 이정표, 집의 문패까지도 이 아줄레주로 장식하고 있음을 볼 수 있는데 이 나라의 상징적인 대표 예술품입니다. 집의 외장은 아주 두텁게 페인트로 도장해놓은 것을 발견할수 있는데 그도 그럴 것이 소금기를 함유한 바닷바람에 부식되지말라고 한 예방책입니다. 도시를 벗어나면서 수백년 된 망루가 있는 요새를 돌아보는데 길은 바로 강건너로 이어집니다.
멀리 돌아서 다리를 건너는 구간이 사실 무의미하게 체력낭비인데도 불구하고 앞에 흐르는 미라(Mira) 도강을 위한 페리를 운영한다는 광고도 무시한채 지나쳐버립니다. 일인 5유로만 내면 편하게 시간도 2시간 절약하며 건널수 있었는데 리더로서의 세심함이 부족했던 그 아둔한 순간의 선택이 깊은 후회로 남게 됩니다.
그렇게 돌아 미라강 건너에서 바라보는 강하구의 아름다운 풍경과 밀폰테스의 마을 풍경은 그야말로 한폭의 그림입니다. 거부감이 없는 하연 집들과 붉은 지붕. 도시 전체가 약속이나 한듯이 같은 색을 띄고 있으니 손이 잘 맞는 하나의 집단 퍼포먼스를 보는듯 합니다.
이제 본격적인 해안의 험한 절벽길이 시작되고 잘 정비된 산책로의 풍광은 빼어납니다. 이지역의 해안풍경이 여타 세계적인 해안선 트레일인 호주의 그레이트 오션 워크나 하와이의 칼랄라우 그리고 남아공의 오터 트레일 등과 특별하게 다른 것은 바위라 말하고 싶습니다. 절벽에 서서 바라보면 해안선에는 유달리 날카로운 바위들이 많은데 하얗게 밀려왔다 부서지는 파도에 의해 잠겼다 다시 떠오르고 사라졌다 다시 내보이는 검은 바위들의 춤사위가 정말 매력적입니다. 미니어쳐 산군을 보는 듯 하니 바다에서 산맥을 만납니다.
들고나는 해안단애를 따라 무심하게 걷는데 신기하게도 모래가 무척 많이 쌓인게 제법 깊습니다. 거의 평지길인데도 깊게 빠지는 발걸음이 속도도 나지않고 피로감도 쉽게 옵니다. 그래서 길을 잠시 벗어나 낮게 누워있는 선인장의 가장자리를 밟고 가니 훨씬 수월합니다.
그런데 오래지않아 길을 벗어나지 말라는 경고판을 봅니다. 순간 얼마나 부끄러워지는지 세상 가장 아름다운 길들을 안내하며 다니는 천직을 가진 리더가 조금 편하자고 자연을 훼손하고 식생을 아프게하는 행위를 했다는 수치심에 얼굴이 화끈거립니다. 스산한 바람이 불어와 가을 억새를 흔드는 바람의 언덕에서 쭉정이도 고개를 숙인다는 이 가을.
하늘을 우르러 보기엔 너무 죄스러운 시간입니다. 바람은 바다는 하늘은 함부로 고개를 쳐들지마라 합니다.
로타 비센티나(Rota Vicentina)의 Fishermen's Trail은 스펙터클한 바위 절벽. 매력적인 모래사장. 역동적인 어촌마을등이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