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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국립공원 올림프스 산군의 Marmot Pass를 넘어

북반구의 아침은 일찍 열립니다. 성미급한 아침 햇살의 등살에 못이겨 길 나설 채비를 서두릅니다. 밖을 나서니 잔잔한 만 호수에 투영되는 산 그림자. 시선을 좀더 올리니 저멀리 장대하게 펼쳐지는 올림프스 산군. 행여 우리가 길 잘 못들까 노파심에 손을 들어 부르는듯 합니다.  

호숫가 호반도로를 따라 드라이브하며 가는 길. 다행스럽게도 일기 마져 청명하게 도와주니 산으로 향하는 마음이 앞서 갑니다. 오늘은 올림픽 국립공원 올림프스 산군내 marmot pass를 넘어 Mt. Thowsend 정상을 밟고 내려오는 산행을 하는데 20킬로미터의 거리에 1천미터를 오르는 녹녹치않은 길입니다.

여독을 화끈하게 퇴치해버리고 18일 간의 트레킹을 건강하게 마무리하고 싶은 소망이 담긴 첫 발길입니다.

공원 동부지역에 위치한 이 트레일은 북부의 Hurricane Ridge 와 서부의 해안 밀림지대인 반지의 제왕 촬영지로 더 유명한 호레인과 더불어 세인들에게 각광받는 Quitcene 인근에 있습니다. 짙은 삼나무 숲이 울창한데 고도를 높이면서 나타나는 산군이 볼만한 치톤피드 가득한 치유의 길입니다. 비포장길 자욱하게 먼지를 휘날리며 산 고갯길을 열심히 올라 해발 1500미터 지점에서 시작되는 길.

높고 깊은 숲길의 신선한 공기를 맛있게 흡입하며 초반 오르막길을 오릅니다. 이 깊은 산속에 제법 많은 인파들이 줄지어 오르니 명산행로임이 입증이 되는 듯합니다. 고도를 높일수록 광대한 산맥의 어어짐이 나타나며 한걸음 옮길 때 마다 생소한 이방의 산 풍경이 펼쳐지니 알지못할 자부심에 뿌듯해 집니다.

6.7백 미터를 올랐을까.. 서서히 빼곡하던 나무들이 점차 듬성해지더니 더욱 낮아지고 급기야는 목초지만 잠시 선을 뵈고 돌길로 바뀝니다. 

고갯마루에 올라섰습니다. 이편과는 사뭇 다른 풍경이 펼쳐지며 또 다른 산군의 특별한 모습을 내보이며 자랑합니다. 바위 정상들을 날카롭게 가진 산들이 줄을 이어 달려가고 희끗희끗 흰눈을 이고있는 설산들이 가장 뒤에 버티고서는 천하를 호령하듯 위엄이 서려있습니다.

나무 한그루 없는 Townsend 산 정상으로 가는 길이 또렷하게 그어져 있습니다. 불모의 땅에서 모질게 목숨을 부지해 온 야생화들이 더욱 선명한 빛으로 계절을 수놓고 있습니다. 왜 하필이면 이다지 높은 곳 척박한 곳에 터전을 잡고 사는지 땅다람쥐들이 분주하게 돌틈 사이를 오가며 우리 일행에게 추파를 던집니다.

먹이를 기다리는 것이죠. 천적을 피해 이리도 험준한 곳에서 생을 이어가는 처연함에 안스런 마음이 가득한데 먹지못해 새앙쥐 만큼이나 왜소한 체구가 더욱 가슴저리게 합니다.

스넥 부스러기를 던져주니 달갑게 받아 게걸스럽게 먹어대는 미물을 보며 인간과 금수가 별반 차이가 없음을 느낍니다. 생명은 누구에게나 소중하며 존귀하게 여겨져야 함을...

정상에 서서 시선을 한바퀴 돌려봅니다. 서쪽 태평양은 고산들에게 가려져 보이지 않으나 시애틀을 품고 있는 레이니어 산이 만년설을 인 채 풍경화를 그려내고 북으로는 케스케이드 국립공원의 영산 베커 마운틴이 구름위에 떠있고 남으로는 마운트 헬랜의 아담스 산이 또한 정령어린 자태로 하늘 향해 치솟아 있습니다.

이 모두가 우리가 향후 곁에 다가가 함께 호흡할 산들입니다. 한장의 살아있는 지도를 펴놓고 동선을 그려보는 작업. 마음이 앞서가니 더욱기대가 부풀어 오르고 가벼운 흥분에 몸마져 달아오릅니다. 태평양을 건너온 쾌적한 바람이 갈길이 먼데 무얼하고 있느냐며 우리를 일깨우고 앞장을 서서 흘러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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