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을 향해 가는 길. 글레이셔 국립공원의 Going to the sun road.
It's Montana! 문명의 나라 미국에도 오지는 있는 법. 우리나라 같으면 강원도 두메산골 같은 이 몬태나 주 지역에 지독한 산군으로 형성이 되어있는 글레이셔 국립공원. Glacier란 빙하를 이르는 말인데 공원의 명칭이 이렇게 지어질 정도면 산군 산정 가득 빙하로 덮여 있음이 당연한 곳. 그 이방의 땅을 걷기 위하여 12시간이나 걸리도록 달려야 했습니다.
태평양 오레곤 해안선을 뒤로 하고 달려온 산길 물길. 콜럼비아 국립 시닉 리버를 따라 생경한 풍경으로 눈요기를 하며 세 시간을 달리고 이어지는 목가적 풍광이 너무도 평화로운 시골길을 몇 시간 그런 뒤 산허리를 돌아가는 산길을 따라 또 달리기를 수시간. 참으로 머나먼 쏭바강입니다.
콜럼비아 강을 따라 아득한 지평선을 바라보며 달리는 길에는 산이라고는 보이지 않는 끝없는 평원에는 물기 메말라 누렇게 뜬 듯 온세상이 황금색 풀빛으로 가득하고 그 초원에 게으름 울음을 우는 소떼들만이 보일 뿐 정적이 흐르는 한가한 길입니다. 80, 90 마일 속도로 달려도 차하나 만나기 힘든 도로기에 도착하는 시간은 그래도 조금 앞당길 수 있었습니다.
전기도 없어 개스로 지펴 불밝혀 지내야 하는 문명으로 부터 아주 멀어진 Rustic한 캐빈에서 하루 밤을 유하고 찬연한 아침을 가르며 글레이셔 국립공원으로 향합니다. 가까워야 차로 한 시간. 오늘은 에발랜치 호수 트레일과 히든 호수 트레일 두 곳을 걷기로 했습니다. 공원의 서쪽 입구부터 동쪽 입구 까지 52마일 도로. Going to the sun road.라고 이름 붙여진 아름다운 길입니다.
공원 내에서 가장 높은 2천미터 고개인 Logan Pass를 넘는 이 길은 태양을 향해 가는 길, 에덴의 동쪽으로 꿈을 향해 달려가는 길입니다. 시속 30킬로미터로 제한되어 있는 이 길은 꼬불꼬불 한없이 꺾으면서 끝없이 이어진 산마루의 물결을 감상하며 가는길. 가슴이 넓어지는 길입니다.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맥도널 호수를 곁에 두고 한참을 달려가서 고개를 넘기 바로 직전에서 시작하는 에발렌치 레이크 트레일. 수 만년을 흐르는 물에 깎이고 깎인 바위들이 모나지 않게 서로 어우러져 살아가는 크릭을 따라 시작하는 트레킹은 그 세월 만큼 자연은 변하고 변해 글레이셔만의 특이한 풍경을 만들어 냅니다.
물소리 청아하고 새소리 만연하며 꽃향기 지천으로 가득하니 가히 천상으로 오르는 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수없이 발에 채이는 돌들을 달래면서 오르고 오르니 눈앞에 펼쳐지는 그림 한 폭. 빙하를 이고 있는 거산아래 세 줄기로 찢어져 내리는 폭포들. 그 폭포수가 모이는 명경지수 에발란치 호수. 자연이라는 화가가 탄생시킨 불후의 명작입니다. 산사태나 눈사태들을 일컬을 때 쓰는 말이 에발란치인데 물사태도 그렇게 이름을 지어줬나 봅니다.
로간 패스에서 시작되는 히든 레이크 트레일. 1차 전망대 까지는 일반 관광객들도 오를수 있도록 나무로 짜서 보드 트레일을 만들어 놓았습니다. 1마일은 넘게 준설해놓은 길에는 공원 관리자들의 노고가 고스란히 녹아있습니다. 2천미터의 고도에서 더 오백을 더 올려치니 점점 발아래로 고개 숙이는 글레이셔의 산군들. 휘하의 장졸들을 거느린 대장군이라도 된 듯 우쭐해집니다,
끝없이 말달리듯 이어지는 산봉들이 가는 길 조금도 힘들지 않게 해주는데 심심찮게 나타나는 산염소와 산양들. 아마 방문객들의 눈을 즐겁게 해주도록 이들을 관리하는지 목에다 모두 띠를 두르고 일련번호들이 메겨져 있습니다. 광활한 산정 평원에는 마지막 여름빛을 발하는 산꽃들이 선명한 색으로 알록달록 수를 놓고서 꽃밭을 이루었는데 얼마나 정갈한 지역인지 메뚜기 떼들이 요란스런 비상의 소리들을 내며 우리들의 머리위로 날아다닙니다. 이토록 청정한 공기 폐부 깊숙이 들이마시며 한결 시원해진 바람에 몸을 맡기고 나머지 구간을 힘들지 않게 오릅니다.
정상에 서니 눈아래 펼쳐놓은 또 다른 명화 한 폭. 코발트빛으로 길게 누은 숨겨논 호수가 보석처럼 빛나고 있습니다. 비끼는 황혼 빛에 은빛 편린들이 깨어지면서 정상에 오른 우리들에게 선물로 주어집니다. 서녘 산군으로 지는 해는 이제 열기는 식은 듯 인상적인 색 하나 남기고 저물어갑니다.
산그늘 속에는 서서히 어둠이 기어들고 산객들의 하산길이 바빠지는데 하나 서두를 것 없는 우리는 그저 바위에 걸터앉아 타오르는 저녁놀 바라보며 그 풍경에 빠져듭니다. 내가 저 풍경속으로 들어가고 나도 저 자연의 일부가 되어버립니다.
살아 있는 화산을 볼 수 있는 미 북서부의 자연들. 만년설을 이고 있는 절경의 명산들. 케스케이드 산, 레이니어 산, 올림픽 산과 마운트 세인트 ..